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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정말 열심히 하면 열등기능도 주기능만큼 쓸 수 있게 되나요?"
MBTI 강의를 마치고 정리하는데 한 분이 다가와 물으셨습니다. 50대 후반의 ISTJ 남성분이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회사에서 꼼꼼함과 정확함으로 버텨 오셨는데, 퇴직을 앞두고 "앞으로 뭘 하고 살지 그림이 안 그려진다"고 하셨습니다. ISTJ의 열등기능은 가능성을 넓게 그려 보는 외향 직관(Ne)입니다. 그분은 바로 그 열등기능을 주기능처럼 키우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거의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 노력은 꼭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그 대답을 조금 길게 풀어 보려고 합니다.
짧은 대답: 거의 어렵습니다
지난 글들에서 네 가지 기능의 순서를 다뤘습니다. 주기능, 부기능, 3차 기능,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열등기능이 있습니다. 열등기능은 주기능의 반대편에 있습니다. 주기능을 쓰는 동안 열등기능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나 있습니다. 둘을 동시에 가장 앞에 둘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연습을 떠올려 보면 쉽습니다. 몇 년을 연습하면 왼손 글씨도 꽤 읽을 만해집니다. 하지만 오른손만큼 빠르고 편해지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리고 급할 때는 여전히 오른손이 먼저 나갑니다. 열등기능도 비슷합니다. 다듬을 수는 있지만, 주기능처럼 힘들이지 않고 저절로 나오는 수준까지 가는 것은 거의 어렵습니다.
그 경지에 간 사람이 없지는 않습니다
MBTI의 바탕이 된 융은 사람이 평생에 걸쳐 의식하지 못하던 부분까지 받아들이며 온전한 자기가 되어 가는 과정을 '개성화'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끝까지 완성되기보다 평생 이어지는 길에 가깝다고 보았습니다.
동양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자는 일흔에 이르러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느끼는 것과 판단하는 것이 따로 놀지 않는 상태입니다. 우리가 성인(聖人)이라 부르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모습은 대개 이렇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상황마다 필요한 것을 자연스럽게 꺼냅니다.
네 가지 기능을 모두 주기능처럼 쓰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그런 모습일 겁니다. 다만 그건 성인의 반열에 오른 극소수의 이야기입니다.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평생의 목표일 수는 있어도,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열등기능을 주기능처럼 쓰는 것은 성인의 경지이고, 우리에게는 그 방향으로 걸어가는 길이 있을 뿐입니다.
긴 대답: 그래도 노력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첫째, 스트레스 때 덜 무너집니다. 열등기능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다듬어지지 않은 채 튀어나옵니다. 평소 조금이라도 다뤄 본 사람은 그 순간이 와도 "아, 지금 내 열등기능이 나오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폭발이 짧아집니다.
둘째, 나와 반대인 사람을 이해하게 됩니다. 내 열등기능은 누군가에게는 주기능입니다. ISTJ의 열등기능 Ne는 ENFP와 ENTP의 주기능입니다. 열등기능을 연습해 본 사람은 그 기능을 쉽게 쓰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또 그 사람에게 내 주기능이 얼마나 어려운지 압니다. 가족, 동료와의 갈등이 줄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나이 든 뒤의 삶이 넓어집니다. 주기능과 부기능으로 일하던 시기가 끝나면, 그동안 쓰지 않던 쪽에 새로운 즐거움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숫자만 보던 분이 그림을 배우고, 사람만 챙기던 분이 가계부를 정리하며 뿌듯해합니다.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새로 만나는 즐거움입니다.
목표를 바꾸면 노력이 쉬워집니다
"주기능만큼 잘하겠다"는 목표는 쉽게 실망으로 끝납니다. 목표를 조금 낮추면 오래 갈 수 있습니다.
| 열등기능 | 무리한 목표 | 현실적인 목표 |
| 감각 (S) | 꼼꼼한 사람처럼 세부를 완벽하게 챙기기 | 중요한 일 하나만 체크리스트로 끝까지 확인하기 |
| 직관 (N) | 아이디어가 샘솟는 사람 되기 | 일주일에 한 번 "만약 ~라면?"을 적어 보기 |
| 사고 (T) | 냉철하게 판단하는 사람 되기 | 큰 결정 전에 장단점을 표로 한 번 써 보기 |
| 감정 (F) | 누구의 마음이든 바로 알아채기 | 하루 한 명에게 "요즘 어때?"를 먼저 묻기 |
그날 질문하신 ISTJ 분께도 비슷하게 말씀드렸습니다. "퇴직 후 계획을 완벽하게 그리시려 하지 말고, 해 보고 싶은 것 열 가지를 일단 적어만 보세요. 실현 가능성은 따지지 말고요." 그분은 웃으면서 "그게 제일 어렵겠네요"라고 하셨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그게 열등기능 연습입니다.
순서를 지키면 덜 지칩니다
열등기능을 키우겠다고 주기능과 부기능을 내려놓으면 안 됩니다. 내 강점이 흔들리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커지고, 다듬어지지 않은 열등기능이 더 자주 나옵니다. 순서는 이렇게 권합니다.
- 주기능을 건강하게 쓰고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 부기능으로 주기능을 받쳐 주고 있는지 봅니다.
- 3차 기능을 의식해서 조금씩 꺼내 써 봅니다.
- 그 위에서 열등기능을 작게, 꾸준히, 즐겁게 연습합니다.
열등기능은 늘 마지막 계단입니다. 앞의 계단이 단단해야 마지막 계단에 발을 올려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열등기능을 주기능처럼 쓰는 날은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쪽으로 한 걸음씩 걷는 사람은 어제보다 조금 더 넓은 사람이 됩니다. 완성이 아니라 방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여러분의 열등기능은 무엇인가요? 그 기능을 써 보려고 애썼던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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