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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업을 13년이나 하셨다고요? MBTI가 뭐세요?"
"INTP입니다."
이렇게 답하면 열에 아홉은 고개를 갸웃합니다. 영업이라고 하면 사람 좋아하고, 술자리 잘 어울리고, 연락을 자주 하는 E 유형을 떠올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사람들과 재미있게 어울리고,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락을 이어 가는 일에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영업을 오래 할 수 있었던 건, 남들처럼 관계 영업을 억지로 따라 하지 않고 제 강점으로 영업하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INTP가 영업을 하면 생기는 일
INTP의 주기능은 내향 사고(Ti)입니다. 머릿속에서 논리의 뼈대를 세우고, 앞뒤가 맞는지 따지는 데 가장 편안함을 느낍니다. 부기능은 외향 직관(Ne)으로, 여러 가능성과 새로운 연결을 떠올리는 힘입니다. 반대로 가장 덜 발달한 열등기능은 외향 감정(Fe)입니다. 사람들의 분위기를 살피고, 관계를 따뜻하게 챙기는 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지난 글에서 열등기능은 주기능만큼 키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니 INTP가 관계 영업의 달인처럼 되려고 애쓰면, 왼손으로 글씨를 쓰듯 힘은 많이 들고 결과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기 쉽습니다.
저는 숫자와 논리로 영업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업 전략을 짤 때 INTP의 강점인 논리적인 구조와 결과에 대한 숫자적 접근을 많이 썼습니다.
- 바이어가 왜 사야 하는지를 숫자로 "좋은 제품입니다"라는 말 대신, 우리 제품을 쓰면 바이어의 원가가 얼마나 줄고 불량이 몇 % 줄어드는지 계산해서 보여 줬습니다.
- 시장을 먼저 분석하고 들어가기 어느 나라, 어느 업체에 먼저 연락할지 감으로 정하지 않고, 수입 통계와 거래 이력으로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순서를 매겼습니다.
- 제안서의 논리 흐름 다듬기 바이어가 내부에서 윗사람을 설득할 때 그대로 쓸 수 있도록, 문제 → 원인 → 해결 → 비용 → 효과 순으로 제안서를 짰습니다.
- 결과를 숫자로 돌아보기 어떤 제안이 성사되고 어떤 제안이 떨어졌는지 기록하고, 그 차이를 분석해서 다음 제안에 반영했습니다.
관계가 두텁지 않아도, 바이어가 "이 사람 말은 숫자가 맞으니까 믿을 수 있다"고 느끼면 거래는 이어졌습니다. 오히려 실무 담당자가 바뀌어도 거래가 끊기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 제안서가 사람이 아니라 회사를 설득했기 때문입니다.
영업은 사람과 친해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어느 쪽 문으로 들어갈지는 내 강점이 정합니다.
그렇다고 관계를 버린 건 아닙니다
관계 영업을 억지로 하지 않았다는 말이 관계를 아예 무시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이 부분도 INTP답게 구조로 해결했습니다.
- 연락할 날짜를 기억에 맡기지 않고 달력에 미리 적어 두었습니다.
- 바이어별로 지난번에 나눈 이야기, 가족 이야기, 관심사를 짧게 메모해 두고 연락 전에 읽었습니다.
- 사람을 잘 챙기는 동료와 역할을 나눠, 접대나 행사는 동료가 앞장서고 저는 제안과 협상을 맡았습니다.
열등기능을 주기능처럼 쓰려고 애쓰는 대신, 최소한의 몫은 시스템과 동료의 도움으로 채운 것입니다.
같은 영업, 유형마다 다른 무기
영업을 잘하는 방법이 하나뿐이라면 영업은 특정 유형만의 일이 됐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영업 잘하는 사람들은 유형이 정말 다양했고, 저마다 다른 무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 주기능 | 영업에서 빛나는 강점 |
| 외향 감정 (ESFJ, ENFJ) | 사람을 챙기고 오래가는 관계를 만드는 관계 영업 |
| 외향 감각 (ESTP, ESFP) | 현장 분위기를 읽고 그 자리에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순발력 |
| 외향 사고 (ESTJ, ENTJ) | 목표를 세우고 팀과 일정을 끌고 가는 실행력 |
| 외향 직관 (ENTP, ENFP) | 새 시장과 새 제안을 떠올리는 개척 영업 |
| 내향 사고 (ISTP, INTP) | 원가와 구조를 따지는 분석, 논리적인 제안서 |
| 내향 감정 (ISFP, INFP) | 진심이 느껴지는 소통, 고객의 가치에 공감하는 영업 |
| 내향 감각 (ISTJ, ISFJ) | 약속을 빈틈없이 지키는 사후 관리, 꼼꼼한 계약 관리 |
| 내향 직관 (INTJ, INFJ) | 장기 전략과 큰 그림, 고객의 숨은 필요를 읽는 통찰 |
표는 경향일 뿐이고, 같은 유형이라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다만 "영업은 E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좁은지는 충분히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내 분야에서 내 강점 찾는 법
영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교사, 간호사, 사무직, 자영업, 은퇴 후 새로 시작하는 일까지, 어느 분야든 '그 일을 잘하는 정답 같은 모습'이 있어 보입니다. 그 모습에 나를 끼워 맞추려고 하면 지칩니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세요.
-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나 주기능을 쓸 때 사람은 덜 지칩니다. 그 순간이 내 강점이 있는 자리입니다.
- 이 일의 목표는 무엇인가 방법이 아니라 목표를 봅니다. 영업의 목표가 '친해지기'가 아니라 '고객의 문제 해결'이라는 걸 알면, 들어갈 문이 여러 개라는 게 보입니다.
- 내 강점으로 그 목표에 가는 길은 무엇인가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저에게는 숫자와 논리가 그 길이었습니다.
- 약점은 '최소한'만, 도구와 사람으로 약점을 강점만큼 키우려 하지 말고, 일이 굴러갈 만큼만 채웁니다. 기록, 알림, 그리고 그 일을 잘하는 동료가 큰 도움이 됩니다.
MBTI를 잘 안다는 건 "나는 이 일과 안 맞아"라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나는 이 일을 이렇게 하면 잘할 수 있다"는 나만의 길을 찾는 것입니다. 남의 방식을 따라가느라 지쳤다면, 내 강점이 어디서 가장 빛나는지부터 다시 살펴보세요.
여러분은 지금 하는 일에서 어떤 강점으로 일하고 계신가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해냈던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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