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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기가 2주 늦어진다는 소식을 전해야 했던 날이 있습니다. 같은 내용의 메일을 두 바이어에게 보냈습니다. 두 분 모두 제가 오래 지켜보며 T(사고) 성향이라고 생각해 온 분들이었습니다.

첫 번째 바이어의 답장은 두 줄이었습니다. "상황 이해했습니다. 대안 일정과 손실 보전 방안을 내일까지 보내 주세요."

두 번째 바이어는 먼저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공장 쪽은 괜찮아요? 요즘 그쪽 물류가 다 힘들다던데." 몇 분 동안 제 사정부터 묻고 나서야 대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결국 두 분이 요구한 내용은 거의 같았습니다. 그런데 받는 저의 마음은 꽤 달랐습니다. 같은 T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오늘은 그 답을 두 갈래로 찾아보려 합니다. 하나는 Form Q의 OOPS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입니다.

 

MBTI 판단

첫 번째 답, T 안에도 다섯 개의 결이 있습니다

T와 F는 결정을 내릴 때 무엇을 더 무겁게 보느냐의 차이입니다. T는 원칙과 논리, 일관성을 먼저 따지고, F는 사람과 관계, 그 결정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를 먼저 살핍니다. 어느 쪽이 차갑고 어느 쪽이 따뜻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Form Q는 이 지표를 다섯 가지 세부 척도로 나눠 봅니다. 결론을 논리로 내리는지 공감으로 내리는지(Logical – Empathetic), 합리성을 보는지 연민을 보는지(Reasonable – Compassionate), 일단 따져 묻는지 맞춰 주는지(Questioning – Accommodating), 비판적으로 보는지 받아들이는지(Critical – Accepting), 단호한지 부드러운지(Tough – Tender)입니다.

두 번째 바이어는 아마 이 가운데 '맞춰 주는' 쪽이나 '부드러운' 쪽이 F로 나오는 T였을 겁니다. 결정 기준은 철저하게 숫자와 계약이지만, 그 결론을 전하는 방식에는 상대를 먼저 살피는 결이 있었던 거죠. 이렇게 전체 선호와 반대로 나온 세부 척도를 OOPS(Out-of-Preference Score, 선호 밖 점수)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지난 I와 E, S와 N 글에서 다룬 이야기와 같습니다. 그런데 T와 F에서는 한 가지를 더 보게 됐습니다.

 

두 번째 답, 판단에는 살아온 시간이 묻어 있습니다

판단은 타고난 성향만으로 내리지 않습니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처음 일을 배운 곳이 어땠는지, 어떤 일로 크게 데어 봤는지가 판단 기준에 고스란히 스며듭니다. 결과지의 세부 척도로도 설명되지 않던 차이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풀린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한 거래처에 가격 협상만큼은 누구보다 단호한 담당자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전형적인 T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번 만나며 이야기를 나눠 보니 F에 가까운 분이었습니다. 직원들 경조사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팀원의 실수는 자기 선에서 감싸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단호함의 이유는 어느 저녁 식사 자리에서 들었습니다. 부모님이 작은 가게를 하셨는데, 사람 좋다는 말을 들으며 외상을 주고 값을 깎아 주다가 결국 가게를 접으셨다고 했습니다. "그때 정한 거예요. 일에서만큼은 사람 때문에 숫자를 흔들지 않겠다고." 그분의 단호함은 차가움이 아니라,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만든 원칙이었습니다.

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논리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T 성향의 동료가 후배의 실수 앞에서만은 유난히 너그러웠습니다. 신입 시절 작은 실수 하나로 여러 사람 앞에서 크게 혼난 적이 있고, 그 기억 때문에 자기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두 사람 모두 유형이 틀린 게 아닙니다. 타고난 판단의 방향 위에, 살아온 시간이 만든 규칙이 한 겹 더 얹혀 있었을 뿐입니다.

 

같은 유형인데 다르게 느껴질 때, 이렇게 물어봅니다

그래서 요즘은 같은 유형인데 어딘가 다르게 느껴지는 사람을 만나면, 성격을 짐작하기 전에 그 사람의 경험을 먼저 궁금해하려고 합니다. 대놓고 캐묻는 건 실례이니, 식사나 차 한 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묻는 편입니다.

  • "처음 일을 배운 곳은 분위기가 어땠어요?"
  • "일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순간이 언제였어요?"
  • "이 원칙은 언제부터 지키게 되셨어요?"

이런 질문에 돌아오는 이야기 속에 그 사람의 판단 기준이 어디서 왔는지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걸 알고 나면 같은 말도 다르게 들립니다. 단호한 말 뒤의 사정이 보이고, 너그러운 태도 뒤의 상처가 보입니다.

유형은 그 사람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를 알려 주고, 경험은 왜 그쪽으로 기울었는지를 알려 줍니다.

MBTI는 사람을 이해하는 좋은 출발점이지만, 결과지 한 장에 그 사람의 수십 년이 다 담기지는 않습니다. OOPS로도 설명되지 않는 차이를 만났다면, 그때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볼 때입니다.

여러분 주변에도 유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던 사람이 있었나요? 그 사람의 어떤 경험을 알고 나서 이해가 됐는지 댓글로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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