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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업을 하면서 가장 큰 행사는 해외 전시회였습니다. 부스 하나를 꾸리려면 몇 달 전부터 준비할 게 산더미입니다. 샘플 제작, 카탈로그 인쇄, 바이어 미팅 약속, 출장 일정까지. 그래서 전시회 준비를 함께 해 보면 그 사람의 일하는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한번은 둘 다 J(판단) 성향이 분명한 동료 두 사람과 같은 전시회를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둘 다 계획표를 꼼꼼하게 짜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준비가 시작되자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움직였습니다. 오늘은 그 석 달을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석 달 전, 두 사람의 계획표는 똑같이 촘촘했습니다
첫 회의 날, 두 사람 모두 엑셀로 된 준비 일정표를 들고 왔습니다. 주 단위로 할 일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고, 담당자와 마감일까지 정해져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누가 봐도 둘 다 J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J인지 아닌지를 판단합니다. 계획을 세세하게 세우면 J, 대충 세우면 P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J와 P를 가르는 건 계획표의 촘촘함만이 아닙니다.
한 달 전, 진도가 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동료(편의상 A라고 하겠습니다)는 일정표가 나온 다음 주부터 바로 움직였습니다. 샘플 업체에 연락하고, 카탈로그 초안을 잡고, 바이어들에게 미팅 요청 메일을 보냈습니다. 한 달 전에는 이미 준비의 70%가 끝나 있었습니다.
두 번째 동료 B는 달랐습니다. 일정표는 A만큼 촘촘했지만, 한 달 전까지 진도가 눈에 띄게 나가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때 B가 걱정됐습니다. 계획은 J처럼 세워 놓고 행동은 P처럼 하는 것 같았거든요.
일주일 전, B가 달라졌습니다
마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B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밀린 일을 놀라운 속도로 처리했고, 결과물의 완성도도 높았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B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마감이 보여야 머리가 돌아가요. 미리 하면 오히려 자꾸 고치느라 시간을 더 써요."
B는 P가 아니었습니다. Form Q로 보면 J 안의 한 가지 세부 척도에서만 P 쪽 결과가 나오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일을 일찍 시작하는지(Early Starting), 마감의 압박이 있어야 속도가 나는지(Pressure-Prompted)를 보는 척도입니다. 이렇게 전체 선호와 반대로 나온 세부 척도를 OOPS(Out-of-Preference Score, 선호 밖 점수)라고 합니다.
B에게 계획표는 마감을 놓치지 않기 위한 장치였고, 실제로 힘을 내는 시점은 마감 직전이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방식은 J인데, 착수하는 타이밍만 P였던 셈입니다.
전시회 당일, A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봤습니다
반전은 전시회장에서 일어났습니다. 석 달 전부터 준비한 A는 전시회 당일 일정만큼은 꽉 짜인 시간표를 싫어했습니다. 바이어 미팅 사이사이를 비워 두고, 부스를 찾아온 사람과 이야기가 잘 통하면 다음 일정을 미루고 대화를 이어 갔습니다. "현장에서는 흐름을 타야죠"라는 게 A의 말이었습니다.
오히려 B는 당일 일정을 30분 단위로 나눠 놓고 그대로 움직이는 걸 편해했습니다. 준비는 마감에 몰아서 했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일 때 마음이 편한 사람이었습니다.
A는 일찍 시작하는 J였지만, 매일의 일과가 정해진 틀대로 흘러가는 것(Scheduled)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것(Spontaneous)을 더 편해하는 쪽이었던 겁니다. 두 사람 모두 J였지만, J의 모습이 드러나는 지점이 서로 엇갈렸습니다.
J를 계획표 하나로만 판단하면 놓치는 것들
Form Q는 J와 P를 다섯 가지 세부 척도로 나눠 봅니다. 회사에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바꿔 보면 이렇습니다.
| 세부 척도 | J 쪽 | P 쪽 |
| Systematic – Casual | 일과 생활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둠 | 그때그때 편하게 처리함 |
| Planful – Open-Ended | 앞일을 미리 계획함 |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결정을 미룸 |
| Early Starting – Pressure-Prompted | 일찍 시작해 여유 있게 끝냄 | 마감이 다가와야 속도가 남 |
| Scheduled – Spontaneous | 정해진 일과와 틀 안에서 편안함 | 매일 다르게, 즉흥적으로 움직일 때 편안함 |
| Methodical – Emergent | 순서와 단계를 정해 놓고 진행함 | 일단 뛰어들어 하면서 방법을 찾음 |
계획을 촘촘하게 세우는 건 이 다섯 가지 중 하나의 모습일 뿐입니다. 계획은 꼼꼼하게 세우지만 마감 직전에 몰아서 하는 J도 있고, 일은 일찍 시작하지만 짜인 틀은 답답해하는 J도 있습니다. 반대로 계획표는 없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루틴을 지키는 P도 있습니다.
함께 일할 때 제가 바꾼 것
그 전시회 이후로 저는 같은 J라도 준비 방식을 미리 물어봅니다. "일찍 시작하는 게 편하세요, 마감이 보여야 편하세요?" 이 질문 하나로 서로 불안해할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 마감형에게는 중간 점검일을 진도를 매일 묻기보다, 중간에 한두 번 점검하는 날을 정해 두면 서로 편합니다.
- 조기 착수형에게는 일찍 시작할 재료를 필요한 자료와 결정 사항을 최대한 빨리 넘겨주면 그 사람의 장점이 살아납니다.
- 틀을 싫어하는 J에게는 빈칸을 일정 사이에 여유 시간을 남겨 두면 현장 대응력이 살아납니다.
같은 J라도 계획을 세우는 방식, 시작하는 타이밍, 틀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계획표만 보고 판단하면 그 사람의 절반만 보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일을 일찍 시작해야 마음이 편한지, 마감이 다가와야 힘이 나는지 댓글로 알려 주세요. 같은 J인데도 의외로 답이 갈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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