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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T와F의 갈등

"말이 다 맞는데 왜 저렇게 날을 세우지?" 회의가 끝나고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으신가요? 반대로 "공감은 잘해 주는데 그래서 결론이 뭐야?" 하고 답답했던 적도 있으실 겁니다. 해외영업을 13년 하면서 저는 이런 엇갈림의 상당수가 MBTI의 T와 F 차이에서 온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MBTI에서 T(사고)와 F(감정)는 무언가를 판단하고 결정할 때 어디에 더 무게를 두는지를 보여 줍니다. T는 논리와 원칙, 객관적인 근거를 먼저 보고, F는 사람과 관계, 그 일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먼저 봅니다. T라고 감정이 없는 것도, F라고 논리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결정을 내릴 때 먼저 손이 가는 저울이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T와 F를 대할 때 방식을 조금 다르게 가져갑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업무와 일상생활을 구분해서 대하는 편입니다.

 

1. 일할 때와 일상에서 T와 F를 다르게 대하는 이유

먼저 업무에서입니다. T 성향의 동료나 파트너와 일할 때는 T 성향 그대로 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사실과 근거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효율도 좋고 결론도 빠르게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굳이 무언가를 더 첨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돌려 말하거나 분위기를 띄우는 말이 길어지면 오히려 T는 '그래서 요점이 뭐지?' 하고 기다리게 됩니다.

F 성향과 일할 때는 다릅니다. 저는 먼저 상대의 감정이나 이야기에 공감해 주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가 겪어 보니 F 성향인 분들은 자신이 공감받지 못했다고 느끼면, 업무 내용이 맞고 충분히 인정할 만한 이야기라도 공격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내용과 상관없이 반감부터 생긴다고 할까요. 그래서 F와는 "그동안 이 일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처럼 상대의 상황을 먼저 알아주는 한마디가, 어떤 자료보다 대화의 문을 크게 열어 줍니다.

일상생활에서는 F의 감정에 공감해 주려고 훨씬 더 많이 노력합니다. 돈이나 투자처럼 냉정하게 따져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면 말이죠. 무슨 일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해결책보다 "괜찮아?"라는 걱정을 먼저 건네고,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 주려고 합니다. 그래야 F 성향의 사람들과 오래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F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일은 답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순간에 정답부터 내밀면, 아무리 좋은 조언이라도 '내 마음은 몰라주는구나'로 들립니다. 조언은 상대가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물어올 때 꺼내도 늦지 않습니다.

반대로 T 성향 지인에게는 긴 위로보다 함께 해결책을 고민해 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럼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때?" 하고 현실적인 방법을 같이 찾아 주면, T는 그걸 자기 편이 되어 준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같은 걱정이라도 F에게는 마음으로, T에게는 방법으로 건네는 셈입니다.

 

2. T 고객에게는 근거로 설득하고, 마지막에 의미를 남긴다

그렇다면 고객과의 관계는 어떨까요? T 성향 고객은 사실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효율과 논리적인 근거, 그리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며 설득하면 됩니다. T 고객은 자료가 탄탄하면 그만큼 빠르게 판단해 줍니다.

그런데 저는 T 고객에게 한 가지를 더 덧붙이려고 합니다. 바로 우리 솔루션이 가진 감성적인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계좌 없이도 송금할 수 있는 금융 솔루션을 제안한다고 해 보겠습니다. 동남아에는 은행 계좌가 없는 인구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분들도 가족에게 돈을 보내거나 거래를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계좌가 없으니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비싼 수수료까지 내 가며 송금을 해야 합니다. 계좌 없이도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는, 사실상 금융 혜택을 받지 못하던 금융 소외계층에게 혁신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T 고객에게는 처리 속도, 수수료 구조, 예상 거래량 같은 근거를 충분히 보여 준 뒤, 마지막에 이런 의미를 한 번 상기시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 앞에 앉은 T 고객도 결국 회사 안에서 누군가에게 보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보고 자리에 F 성향의 결정권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근거와 함께 '이 일이 왜 의미 있는지'까지 떠올릴 수 있게 해 드리면, 고객이 내부 보고를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3. F 고객에게는 의미를 먼저, 숫자는 짧고 굵게

F 성향 고객에게는 순서를 완전히 뒤집습니다. F 고객에게 수많은 숫자와 근거 데이터를 한꺼번에 내밀면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표와 그래프가 이어질수록 표정이 굳고, 이야기는 귀에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F 고객에게는 솔루션이 가진 의미부터 설명합니다. 이 서비스가 누구의 어떤 어려움을 덜어 주는지, 고객의 회사가 이 일을 함께하면 어떤 가치를 만들게 되는지를 먼저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고객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 시작하면, 그때 마지막에 딱 간단한 숫자 몇 가지만 머리에 남깁니다. "이 솔루션을 사용하시면 효율이 30% 올라갑니다." "비용을 50%까지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입니다." 이렇게요.

숫자가 적다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마음이 먼저 움직인 상태에서 듣는 숫자 두세 개는, 마음이 닫힌 상태에서 듣는 숫자 스무 개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자세한 자료는 고객이 원할 때 따로 드리면 충분합니다.

 

이렇게 상대에 따라 다르게 대한다고 하면 "줏대가 없는 거 아니야?"라고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생각이나 원칙을 바꾸는 게 아닙니다. 전하려는 내용은 똑같고, 상대가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순서와 언어로 바꿔 전할 뿐입니다. 상대와 효과적으로 협업하고, 원하는 목적을 함께 이루기 위한 전략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물론 같은 T, 같은 F라도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유형은 상대를 이해하는 출발점일 뿐이니, 대화하면서 상대의 반응을 계속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고민을 털어놓을 때 해결책을 듣고 싶은 쪽인가요, "괜찮아?"를 먼저 듣고 싶은 쪽인가요? 댓글로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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