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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와 P 함께 일하는 법 (MBTI)

여행을 앞두고 한 친구는 일주일 전부터 시간대별 일정표를 만들고, 다른 친구는 "가서 정하면 되지" 하며 웃습니다. 일정표를 만든 친구는 그 여유가 불안하고, 웃은 친구는 빼곡한 일정표가 숨 막힙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본 장면일 겁니다. MBTI로 보면 J와 P의 차이가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MBTI에서 J(판단)와 P(인식)는 외부 세계에 대처하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 줍니다. J는 틀을 세우고 계획대로 마무리하는 쪽을 편하게 느끼고, P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이며 가능성을 열어 두는 쪽을 편하게 느낍니다. 해외영업을 13년 하면서 저는 이 차이를 동료와 일을 나눌 때, 그리고 고객과 신뢰를 쌓을 때 꽤 유용하게 써 왔습니다.

 

1. 틀과 계획이 있을 때 편안한 J

J 성향인 분들은 무언가 틀이 잡혀 있거나 미리 계획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미루기보다 빨리 처리해 두는 쪽을 편하게 느끼고요. 마감 하루 전이 아니라 받은 날 바로 끝내 두는 동료가 있다면, J일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그래서 저는 J 성향인 분들을 대할 때 이런 부분을 최대한 존중하려고 합니다. 약속한 일정은 되도록 바꾸지 않고, 일의 순서와 마감을 처음부터 분명하게 정해 둡니다. 이런 부분이 흔들리면 J는 겉으로는 괜찮다고 해도 속으로는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J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는 것을 반기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계획을 이야기할 때 백업 계획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만약 이 일정이 밀리면 이렇게 대응하겠습니다", "이 방법이 안 되면 두 번째 안으로 가겠습니다" 하고 미리 말해 두는 거죠. 그러면 J인 분들은 한결 안심하고, 오히려 일을 더 믿고 맡겨 주곤 했습니다. 변수를 없앨 수는 없어도, 변수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J의 마음은 훨씬 편안해집니다.

이건 지인과의 약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J 성향 친구와 만날 때는 "그날 봐서 연락할게"보다 "토요일 12시에 그 식당에서 보자"처럼 미리 정해 두는 편이 서로 편합니다. 당일에 갑자기 장소를 바꾸거나 일정을 미루면, 별일 아닌 것 같아도 J 친구에게는 하루의 계획 전체가 흔들리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2. 변화와 도전이 즐거운 P, 그리고 일을 나누는 법

반면 P 성향인 분들은 틀이 있으면 조금 갑갑해하고, 규칙에 얽매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신 변화와 도전을 즐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 해 보는 일, 정해진 답이 없는 일 앞에서 오히려 눈이 반짝이는 사람들이죠.

P를 계획이 없는 사람으로만 보면 아쉽습니다. 제가 함께 일해 본 P 성향 동료들은 상황이 바뀌어도 당황하기보다 그 안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데 강했습니다. 계획이 틀어졌을 때 J는 원래 계획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고민한다면, P는 바뀐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다른 길을 먼저 찾아냅니다.

저는 이 차이를 협업할 때 유용하게 활용합니다. 무언가 새롭게 시도하거나 추진해야 하는 일은 P 성향의 직원들에게 맡기는 편이고, 정해진 체계에 따라 꼼꼼하게 진행해야 하는 일은 J 성향의 직원들에게 부탁하는 편입니다. 새로운 시장을 두드려 보는 일, 처음 만나는 파트너와 가능성을 찾아보는 일에는 P의 유연함이 빛을 발하고, 계약서 검토나 선적 일정처럼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하는 일에는 J의 꼼꼼함이 든든합니다.

각자 편한 방식의 일을 맡기면 같은 사람이 훨씬 즐겁게, 그리고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을 여러 번 봤습니다.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이 누구에게 더 잘 맞느냐의 문제였습니다.

가장 좋은 건 두 사람이 한 팀이 될 때입니다. P가 새로운 방향과 아이디어를 열어 주고, J가 그 아이디어를 일정과 절차로 단단하게 다듬어 주면 일이 시작도 빠르고 마무리도 깔끔해집니다. 서로를 답답해하던 두 사람이, 역할을 나누고 나서는 서로를 가장 든든한 파트너로 여기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3. J 고객과 P 고객, 신뢰를 쌓는 방법도 다릅니다

이 차이는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J 성향 고객에게는 미리 정해 둔 날짜에 맞춰 중간중간 진행 상황을 보고해 드리면 호감도가 눈에 띄게 올라갔습니다. 고객이 먼저 묻기 전에, 약속한 날에 정확히 소식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이 사람은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J 고객과의 미팅에 늦거나, 미리 공유된 아젠다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들어가면 꽤 실망하시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J 고객을 만나기 전에는 시간 약속과 미팅 준비에 특히 더 신경을 씁니다. 작은 약속 하나가 J 고객에게는 그 사람의 일하는 방식 전체를 보여 주는 신호가 되기 때문입니다.

P 성향 고객은 또 다릅니다. 너무 딱딱하고 정형화된 제안은 재미없어하시는 경우가 많고, 그분들의 흥미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조금 도전적이거나, 처음 들으면 엉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아이디어로 관심을 끌어 보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은 아직 아무도 안 해 봤는데, 한번 해 보시면 어떨까요?" 하는 식으로요.

실제로 이런 제안이 계기가 되어 프로젝트가 시작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해진 틀 안의 제안으로는 반응이 미지근하던 고객이, 새로운 시도를 함께 해 보자는 이야기에는 먼저 질문을 던지며 다가왔습니다. P 고객에게는 완벽하게 정리된 계획서보다 '함께 만들어 갈 여지'가 더 큰 매력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P 고객에게 일정 관리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J 고객에게 하듯 촘촘한 보고를 이어 가기보다, 중요한 순간에 새로운 소식이나 아이디어를 곁들여 전하는 편이 P 고객의 관심을 오래 붙잡는 데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같은 J, 같은 P라도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고, 일과 일상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유형은 상대를 이해하는 출발점일 뿐이니, 함께 일하면서 상대가 편안해하는 방식을 계속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일정표를 만드는 쪽인가요, 가서 정하는 쪽인가요? 댓글로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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