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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요? 세상 사람을 16가지로 나눈다는 게 말이 돼요?"

MBTI 이야기를 꺼내면 꼭 한 번은 듣는 말입니다. 솔직히 저도 그 의심에 반은 동의합니다. 사람을 네 글자로만 본다면 분명 무리가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 의심에 어떻게 답하게 되었는지, 아내와 함께 MBTI 단체 강의를 하면서 겪은 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MBTI 그룹토의

같은 유형끼리 모였는데, 한 사람이 달랐습니다

아내와 저는 종종 MBTI 단체 강의를 함께 진행합니다. 강의 중에 자주 하는 활동이 있는데, 같은 유형끼리 그룹을 지어 주제 하나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것입니다.

이 활동을 하면 분위기가 금방 풀립니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맞아요, 저도 그래요" 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웃음소리가 커집니다. 말하는 속도, 이야기를 풀어 가는 순서가 비슷하니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저도 같은 유형 그룹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 편안함을 그대로 느꼈습니다.

그런데 가끔 고개가 갸웃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S 성향이 모인 그룹에서 "새 제품을 알릴 방법"을 이야기할 때였습니다. 대부분은 지난번에 효과가 있었던 방법, 지금 바로 해 볼 수 있는 방법부터 꺼냈습니다. 그런데 한 분은 처음부터 "이 제품이 10년 뒤에 어떤 의미가 될까요?" 하고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반대로 N 성향 그룹에서는 다들 아이디어를 쏟아 내는데, 한 분만 "그래서 지금 당장 무엇부터 하죠?" 하며 구체적인 순서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이분, 정말 나와 같은 유형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검사가 잘못 나왔거나, 본인이 문항을 다르게 이해한 건 아닐까 싶었지요.

 

답은 세부 척도에 있었습니다

그 의심이 풀린 건 MBTI Form Q의 세부 척도를 공부하면서였습니다. Form Q는 S와 N 지표를 다섯 가지 세부 척도로 나눠서 봅니다.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S 쪽 N 쪽
눈에 보이는 사실부터 (Concrete) 그 뒤의 의미부터 (Abstract)
현실적인 판단 (Realistic) 상상력을 펼치는 판단 (Imaginative)
쓸모 있는 것에 관심 (Practical) 개념과 원리에 관심 (Conceptual)
해 보면서 이해 (Experiential) 이론으로 이해 (Theoretical)
검증된 방식을 선호 (Traditional) 새로운 방식을 선호 (Original)

전체 결과가 S로 나와도 다섯 가지가 모두 S 쪽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가운데 한두 개가 반대쪽인 N 쪽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OOPS(Out-of-Preference Score, 선호 밖 점수)라고 부릅니다.

S 그룹에서 10년 뒤를 이야기하던 분은 S이면서 '새로운 방식'이나 '의미' 쪽이 N으로 나오는 경우에 가까웠을 겁니다. 평소에는 사실과 경험을 중시하지만, 아이디어를 내는 자리에서는 남들이 안 해 본 방법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입니다. N 그룹에서 순서를 정리하던 분은 반대로 N이면서 '쓸모'나 '경험' 쪽이 S로 나오는 경우였을 테고요. 큰 그림을 좋아하지만, 그 그림이 실제로 움직이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가 먼저 보이는 사람입니다.

둘 다 유형이 잘못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같은 유형 안에서도 다른 부분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걸 알고 나니, 같은 그룹에서 혼자 다른 이야기를 하던 분들이 오히려 그룹의 대화를 넓혀 주는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6가지가 아니라,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

이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람을 16가지로 나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질문입니다.

네 글자만 보면 16가지가 맞습니다. 하지만 Form Q는 네 지표마다 세부 척도가 다섯 개씩, 모두 스무 개입니다. 각 척도는 선호하는 쪽, 반대쪽, 그리고 어느 쪽도 아닌 중간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곱해 보면 3을 스무 번 곱한 수, 약 35억 가지입니다. 실제 결과가 이 조합에 고르게 퍼져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16가지로 사람을 가둔다"는 말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숫자를 처음 계산해 봤을 때 마음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MBTI가 사람을 나누는 도구가 아니라, 같은 칸 안에서도 서로 다른 점을 찾게 해 주는 도구라는 걸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유형이라 편안하게 통하는 부분이 있고, 같은 유형인데도 나와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지요.

저에게 세부 척도는, 나도 상대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해 준 계기였습니다.

네 글자는 그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게 해 주고, 세부 척도는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해 줍니다.

그래서 요즘 강의에서 같은 유형 그룹 활동을 할 때는 마지막에 꼭 이렇게 묻습니다. "이 그룹에서 나와 가장 달랐던 한 사람은 누구였나요?" 이 질문 하나로 그 시간이 '닮은 사람 찾기'에서 '다른 점 알아보기'로 바뀝니다.

혹시 같은 MBTI인데 '이 사람 정말 나랑 같은 유형 맞아?' 싶었던 분이 있으셨나요? 어떤 점이 달랐는지 댓글로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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